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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음식

엉망진창 망한 호떡에 심폐소생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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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온도 31도를 웃도는 너무 더운 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낮잠 자다 막 깨어 비몽사몽인 상태로 부엌에 들어갔기 때문이었을까.

수십번 만들어 본 호떡인데 그 날은 대체 무엇 때문이었는지, 유치원생 조카도 안 할 실수를 연발했다.


준비물에 물과 식용유가 있다고 보울에 담아놓은 물에 카놀라유를 바로 부어버리질 않나,

이스트까지 다 넣은 볼에 반죽믹스 대신 쨈믹스를 투척하질 않나,

기름 안 두른 누르개로 반죽을 눌러 다 들러붙게 하질 않나...

글자를 못 읽는 것도,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쨈믹스로 꾸덕꾸덕해진 반죽에 밀가루를 긴급 투하했더니 어느 정도 살아날 기미가 보였다.

반죽믹스와 쨈믹스의 뜻밖의 조우



적당히 이 정도로 끝내고 구워버릴까 하다 찍! 흘러나오는 쨈이 없으면 역시 뭔가 허전할 것 같아 내 맘대로 쨈믹스를 만들었다.

설탕과 시나몬 가루, 견과류를 넣고 섞어줬다. 하루견과 한 봉지를 통채로 넣으려고 했지만 설탕이 너무 모자랐기 때문에 땅콩과 호두만 넣었다. 

지막 남은 설탕 한 톨까지 탈탈 털어넣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위생장갑에 기름을 조금 묻혀 반죽을 적당량 떼어 넓게 펴고, 만들어 놓은 "내 맘대로 쨈믹스"를 넣은 후 

역시 기름을 조금 둘러 예열한 팬에 반죽을 올리고 누르개로 눌러준다. 

이 때 누르개에도 기름을 둘러주어야 하는데 이 날은 그것도 깜빡해서 붙어버린 반죽을 떼느라 고생 좀 했다. 

누르개로 여러 번 누르는 통에 옆구리가 터져버렸다



크리티컬 3단 콤보를 겪고 난 후의 호떡 치고 비주얼이 나쁘진 않다.


망친 반죽을 그냥 버리기엔 아까워 나름의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는데, 밀가루를 조금 과하게 넣은 것 같다.

뭐랄까 이건, 호떡이라기 보단 꿀쨈이 들어간 호빵의 맛?

마침 설탕이 똑! 떨어졌을 때 만들어서 쨈 양도 턱없이 모자랐다ㅠ

쨈 없는 부분은 그냥 빵...



레시피를 볼 땐 멍 때리지 말고, 정신줄 붙들은 상태에서 봐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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