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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나의 첫 mp3 플레이어 삼성 옙 (yepp, yp-d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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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때 아버지께서 생일선물로 사주셨던 mp3 플레이어, 당시 가격으로 30만원 가까이 했던 걸로 기억난다. 내장메모리도 없이 메모리카드가 있어야지만 노래를 담을 수 있었고, 지금처럼 SD카드도 T-Flash도 아닌 SMC카드? 아무튼 요상하게 생긴 16MB짜리에 여덟아홉곡 꾸역꾸역 구겨넣고 다녔던 기억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요즘엔 16GB도 모자라다고 난리인데 16MB라니. 하긴 모뎀으로 20분 걸려서 곡 하나 겨우 다운받던 것도 시기상으로 그때와 아주 멀지는 않았을 거다. 01410과 ADSL의 중간 그 어디쯤.


나를 나름 얼리어답터로 만들어준 이 기기는 내구성이 그리 좋지 못했다. 제품 자체는 단단했는데, 이게 참 지랄맞게도 충전이나 데이터전송은 꼭 크래들 통해서 해야만 했지 아마. 나중엔 크래들과 잘 접촉이 되지 않아서 제품과 크래들 사이에 종이를 접어 끼우기도 하고, 데이터 전송되는 동안 크래들과 기기를 손으로 꼭 누르고 있기도 하고, 나중엔 DC 전원어댑터마저 시원찮아져서 본능적으로 단자에 침바르려다가 감전되기도 하고, 여튼 별의 별 추억이 많았던 녀석이다.


곡 전송이 자유롭지 않으니, 몇 곡 넣으면 정말 오래 들었더랬다. 유달리 기억나는 곡이 있는데 포지션의 짧은 인연. 그 외 지금은 근황도 모르는 가수들의 노래를 그렇게도 열심히 들었겠지. 스스로를 90's으로 분류해야 할 지 월드컵세대로 분류해야 할 지, 참으로 애매하다.


몇몇 제품들을 필두로 mp3 플레이어 태동기가 시작되고, 코원과 아이리버가 열었던 mp3p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이제는 어감조차 어색한 '엠피쓰리플레이어', 지금에 와서는 고음질 파일을 처리하는 몇몇 기기들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허나 이들마저도 곧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어주겠지.


IT 제품들은 항상 격동의 시기가 있었다. mp3 플레이어 직후에는 PMP가 그러했고, DSLR이 그러했고, 노트북과 스마트폰 또한 그 시기를 거쳤으며, 지금 굳이 찾는다면 드론 정도랄까. 다만 아직까지는 시장이 넓진 않고. 그러기엔 한계도 보이고.


돌아보면 참 이상하게도 추억은 늘 불편했고 비합리적이었다. 뒤짚어보면 지금 불편한 것들이 또 미래의 추억이 될텐데, 지금의 일상이 또 얼마나 획기적으로 변할지는 쉽게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한 살 더 먹었다고 이러는건지,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확실히 느려지고 정체되는 느낌이랄까. 앞서가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맞춰가고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만의 생각이고 실상은 그저 아재일지도 모르겠다. 이보시오... 내가 아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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